왜인지 모르겠지만 중구난방 메일 작업은 꼭 자정이 넘어야 탄력을 받습니다. 아무리 빨리 시작을 해도 작업 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시간은 늘 자정 이후인 것을 보면 저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실행하는 부류' 입니다. 🦵🏼🔥 매주 수요일 자정에서 목요일 11시 사이, 매번 그 사실을 깨닫고 저라는 인간의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 네덜란드 시차로 산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한국 시간보다 8시간이 느립니다.)
지난 12월 30일 6호를 보내드리고 한 숨 자고 일어나서, 그날 진행하는 애니메이션 쿠킹클래스 재료들을 마련하러 가락시장에서 장을 보고, 잠시 집에 들려 그 날의 첫 끼를 햄버거로 떼우며 수업에 필요한 영화 지식들을 다시 챙기고, 양재에 있는 쿠킹 스튜디오로 가서 첫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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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쿠킹클럽은 기존에 진행하던 잇어빌리티와 달리, 넷플연가라는 곳과 함께 기획한 새로운 수업인데요, (넷플연가는 넷플릭스에 있는 콘텐츠를 비롯한 영화, 드라마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는 모임 플랫폼) 저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의 진행을 맡게 되었어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주제를 갖고 새롭게 시작한 수업이니 만큼 중 3에서 고1로 넘어가는 새학기처럼 많은 긴장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참여해주신 분들이 활기차게 참여해주신 덕분에 화기애애하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설거지와 공간 뒷정리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시간과 한국 시간까지 알차게 일한 이날의 12월 30일을 퇴사 이후 가장 바쁘게 보낸 목요일로 기억할 것 같아요.
빼곡하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니, 12월 31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날로 보내야만 한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일단 고단했던 30일을 긴 잠으로 털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 마지막 휴일을 꾸렸습니다. 양치하면서 그간 보고 싶었던 영화를 예매하고, 냉동실에 얼려놨던 콩나물국을 꺼내 전자렌지에 해동하고, 냉장고에서 엄마가 챙겨보낸 불고기를 꺼내 볶으며 나를 위한 한 상을 준비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일회용 용기에 그대로 먹었을 즉석밥도 함바데리카를 차려냈던 손님 대접용 공기그릇에 옮겨 담으며 한 해 동안 고생한 나를 향한 격려도 꼭꼭 담았습니다.
화려하지도 않지만 누추하지도 않은 한 상을 잘 차려먹고는 예매했던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습니다. 어째서인지 영화는 그저 그랬어요. 기대했던 만큼 실망한 마음은 젤라또로 메꾸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안 가봤던 로마의 명물 G.Fassi 젤라또를 집 근처에서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서울에는 없는 것이 없구나~ 생각하며 쌀맛과 딸기맛을 골랐습니다. (잘 어울려요)
날씨의 영향 없이 조명, 온도, 습도 모두 알맞게 조율된 공간에서 오래 걷고 싶다면 쇼핑몰만한 곳이 있을까요? 젤라또를 한 컵 해치우고는 쇼핑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그간 부족했던 걸음수를 채우는 것으로 12월 31일 마지막 날의 외출을 마무리했습니다. 나를 위한 식사와 나를 위한 오락 그리고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운동량도 살뜰히 챙겨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하루였어요.
함바데리카 공식 질문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있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중구난방 진행시켜 장본인인 친구이자 (또 등장) 함바데리카 오픈 전 메뉴 베타테스터인 친구의 요청이었어요. 일과 직업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만큼 일에 대한 확신을 물어봐달라는 요청사항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두 분은 정말 다른 일을 하고 계시지만 "이 일을 해서는 돈을 많이 못 번다는 확신은 있어요" 라는 공통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장난스러운 농담조로 운을 띄워주셨지만, "그렇지만 다른 확신도 있다" 라고 각자의 확신을 말해주실 때 만큼은 진지하고 또렷한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 주민을 돕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계시는 양두리 선생님과 남해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계시는 박수진 사장님이 그 주인공이에요. 오늘의 함바데리카 인터뷰에서 그 다른 확신을 확인해보세요~
2022년은 시작되었지만 어떤 시작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잖아요. 가슴에 품고 있는 시작들이 기지개를 켜고 날아가게 도와줄 노래들을 몇 곡 뽑아봤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이름은 It's good time to Start. (시작하기 좋은 때야!) 로 정했고요! 여러곡을 뽑아봤는데 그 중에서도 아래에서 소개해드리는 두 노래는 꼭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A new day has come - Celine Dion
A new day has come - Celine Dion
아우라도 목소리도 명실상부 디바 그 자체인 셀린 디온은 타이타닉 OST 외에도 명곡이 많습니다. A new day has come 은 2008년 발매된 노래인데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명곡이에요. (물론 뮤직비디오의 느낌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만.)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멜로디와 옅은 코러스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노래인데 가사까지 함께 보면 흡사 기도문 같기도 해서 거룩하게 느껴지기까지 해요.
Let it fill my soul and drown my fears Let it shatter the walls for a new sun A new day has come Where it was dark now there's light Where there was pain now there's joy Where there was weakness, I found my strength
내 영혼은 채워주시고 두려움은 거두소서.
새로운 태양을 위해 벽을 부수소서.
새로운 날이 밝았네.
어둠이 있던 곳에 빛이 있고
고통이 있던 곳에 기쁨이 있고
나약함이 있던 자리에는 강인함을 보았네.
정말 기도문같죠? ㅎㅎ;; 전체적인 가사를 살펴보면 희망을 주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서 모든 분들에게 좋은 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국으로 힘든 분들에게도 좋은 메시지가 되는 노래일 것 같고요. 물론 제목 자체로도 새 날이 시작되는 1월을 비롯해 시작을 앞두기에도 제격이라 It's good time to Start. 플레이리스트 첫 곡으로 꼽아봤습니다.
Fiesta - IZ*ONE(아이즈원)
뒤늦게 빠진 아이돌노래는 출구가 없네요. 신나는 멜로디의 화려한 군무가 있는 댄스곡이라 무대를 보는 재미로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뮤직비디오에도 멤버 각자가 상징하는 바가 있고, 가사마저 시적이라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노래입니다. 작년 이후로 새로운 시작을 앞 둔 대목에 제가 꼭 듣는 노래라 추천합니다. ㅎㅎ
아침에게 말해 오늘이 좋을 것 같아 이젠 아득했던 꿈들이 멀지가 않아 오직 나를 위한 축제를 열어볼 거야 좋을 때란 거 그것 역시 내가 정해 *
막간을 이용해 새로운 근황을 알려드리자면, 다가오는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새로운 공간에서 또 새로운 테마로 요리먹구가 에리카팕과 함께하는 자리를 갖게 될 것 같다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아마도 음식이 함께하는 자리고요. ㅎㅎ 이벤트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인스타그램으로 바로 알려드릴게요~ 히히
슨생님께 오늘의 중구난방은 어떠셨나요? 답장으로 그 다정한 마음을 전해주신다면 소녀, 앞섶을 적시며 진하게 감동해보겠사옵니다. 그럼 다음주에도 중구난방한 소식들로 만나요~